논산-관촉사(2012.4.8)
휴일 오후. 봄볕이 좋아도 식구들 중 아무도 집 밖을 나서려고 하지 않아 혼자 논산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제일 먼저 생각난 관촉사에 들렀다. 은진미륵이라 불리는 석조 미륵보살 입상(보물 제218호)이 있는 고려시대에 창건된 절이다. (자세한 연혁은 여기에)
근래에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일주문을 지나 사천왕상이 있는 천왕문을 지나면 가파른 계단과 함께 절 경내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경내로 오르는 계단 옆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추모비를 보았다. 이 지역 반공청년회라는 단체에서 1965년 8월에 설립한 것으로 비석에 쓰여 있다. 확인해 보니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60년 4.19혁명으로 쫓겨난 후 하와이에서 1965년 7월에 세상을 떠났으니 사 후 한달만에 세워진 비석이다.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독재자였지만 당시에도 일부에게는 추모의 대상이었나 보다.
보재루를 밑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대웅보전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대웅보전 오른쪽 뜰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석불이라는 은진미륵을 볼 수 있다.
고려시대에 제작된 은진미륵, 정확히는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보물 218호)과 석등(보물 232호) 그리고 석탑이 나란히 서있다.
석탑아래에는 연꽃을 새겨진 배례석이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석등은 멀리서 볼때는 은진미륵의 크기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는데 다가갈수록 그 웅장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에서 지리산 화엄사 석등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고 한다.
관촉사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재인 석조미륵보살입상. 높이가 18m이고 귀의 크기만 2m라고 한다. 투박한 얼굴과 커다란 손과 발, 전체적으로 균형잡히지 않은 구조로 인해 석굴암 본존불의 수려함이나 예술적 조형미는 없다. 37년동안 이처럼 거대한 돌을 옮기고 불상을 조각한 석공의 내공은 예사롭지 않았을 터인데 왜 이렇게 투박하게 만는 것일까?
혼자떠난 여행이라 시간에 구애되지 않고 여유롭게 이 투박한 부처님 곁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대한 부처님이 점점 더 친근해지고 투박함 보다는 편안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37년의 긴 세월동안 석공들이 이루고자 했던 바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거대한 부처님 이지만 친근한 부처로 중생들에게 더 다가서기 쉬운 부처를 새기고자 했던 것..
거대하지만 다정한 부처님께 부담없이 간절히 무언가를 기원할 수 있는 중생들. 이러한 모습을 이루고자 했다면 37년 석공의 정성은 헛되지 않았을 것이다. 후세사람들도 여전히 이 친근한 부처님께 간절히 기원을 드리고 있으니..
이제는 새로 단장된 누각(보재루)을 통해 경내로 들어오지만 옛날에는 해탈문이라 불리는 낮고 좁은 문으로 머리를 숙이고 들어와야지만 부처님을 뵐 수 있었다고 한다.
모퉁이가 닳은 석탑만큼이나 오래된 절이지만 이 곳에도 계절의 변화는 언제나 변함없이 새롭게 다시 찾아온다.
어김없이 봄은 찾아오고 있다.
오랜만에 혼자 온 여행길에서 얻은 충만감에 절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절 입구에서 만개하기 시작한 꽃과
마을 어귀 수령 150년이라는 오래된 버드나무의 151번째 새로운 잎새들을 바라보니 더 행복하다.